질문의 힘

적절한 질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과 능력이 있습니다.

시기와 상황에 맞는 질문 하나가 수십 마디보다 설득력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보통은 질문을 잘 합니다.

가장 고단수의 의사소통 능력은 질문법이라고도 하지요.

폭력에 시달려 왔던 내담자의 그동안 살아온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듣고 난 후에

‘아유... 정말.. 그동안 어떻게 사셨어요? 어떻게 견디신 거예요?’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통곡을 하십니다.

그 질문에는 대답이 필요치 않습니다. 억울함과 원통함, 모진 세월 견뎌왔던

자기 자신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이 흐르는 것입니다.

반면에 질문으로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그런 경우 정답을 미리 정해 놓고 하는 질문입니다.

요즘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에 해당됩니다.

의도를 가진 질문, 정해진 대답을 강요하는 질문, 함정을 판 질문은

언어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이라는 단어에서 ‘질’은 한자로 ‘바탕 질’을 사용합니다.

질문은 상대방의 바탕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만났을 때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나는 이 사람을 모른다’라는 전제여야 합니다.

섣부른 판단, 편견, 진단과 넘겨짚음은 오해와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건네는 질문은 그 사람의 바탕(배경)을

알고 싶어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도화지에 밑그림부터 차근차근

그려가는 작업과도 같습니다.

바탕을 알고자 하는 질문에는 ‘답정너’가 있을 수 없습니다.

질문의 또 다른 의미는 자유입니다.

질문은 바탕 질 외에도 ‘볼모 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볼모는 말 그대로 포로입니다. 폭력과 상처로 인해 오랜 시간 볼모로 잡힌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대상에게 질문은 볼모에서 놓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인해 상처투성이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온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진 채로 살아가는 20대의 청년이 있었습니다.

건장한 신체를 가진 성인으로 자랐음에도 아직도 아버지 생각만하면

움츠려들고 우연이라도 마주칠까 불안한 마음에 주기적으로 이사를

다니면 살았습니다. 청년이 저에게 물은 것은 이제 본인의 고향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어느 지역이 좋은지 추천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면 편하겠어요?

아니 그보다 훨씬 머나먼 우주로 나가서 살면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질문에 청년은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참았던 눈물을 쏟아 내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더 이상 도망 다니지 않고 맞서겠노라 다짐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물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자기 자신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바탕을 스스로 모를 때가 많습니다.

‘OO야 너의 마음이 지금 어떤 것이니?’

묶여 있는 자신을 풀어 자유함을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OO야 왜,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정말 네 잘못이 맞는 거니?”